두 달 전, 백수가 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백수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백수가 무소속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왔다. 단순히 돈을 못 벌고, 일을 안 하는 것보다 나는 무소속이라는 개념을 더 두려워 했던 것 같다. 학생일 때까진 아무래도 좋았다. 학교라는 타이틀이 있었으니까. 대학 4학년 끝물에 불안해진 나는 별 득없이 졸업을 미뤘고,...
숫자를 보고 기록하는 직업으로 먹고 살다보니 조금 변태같은 버릇이 생겼다. 내 일상과 몸상태를 최대한 수치화해서 기록하는 것. 최근 체중이 많이 올라서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고 먹는 양도 줄이고 있다. 체중을 아침/저녁 기록하고 운동도 빠짐없이 애플워치로 모니터링한다. 그렇게 두 달 정도 꾸준히 하니 신기한 현상을 보게 됐다. 체중이 계단식 그래프를 그리면...
여름 내내 기승 부리던 더위가 이제 간다. 올해 처서는 8월 23일 내일인데, 사실 이번 여름은 작년 것보다 덜 지독했지만 그래도 선선한 날씨가 반가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귀신같이 여름 가시는 때를 아는 처서매직따라, 내 마음도 가만 보면 절기를 잘 탄다. 당신 머리를 닮은 사람을 봤다. 당신 얼굴도 아니고, 당신 자주 하던 머리를 닮은 사람을 봤다는...
이상 문학상 작품집은 매년 구입해 쟁여놓는(?) 중인데, 오늘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가 2018년 대상 수상작 제목이 낯설어 집어들었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작년에 뭐하느라 이걸 놓쳤지. 어릴 때는 등단 작가들 글이라면 감탄하며 닥치는대로 읽었다. 이제 머리도 좀 크고 내 생각도 생겼다고 꼰대같은 표현, 남성우월적인 시선이 점점 불편해져서, ...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까 나중에 놀아 줄게. 돈부터 벌어야 하니까 꿈은 나중에 꾸자. 요즘은 여유가 없으니 조금 까칠해도 돼. 나부터 살아야지. 나 쉬어야 돼. 일단 쉬고... 너무 소중한 것들에는 우선순위를 매겨선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왜 그토록 늦게 아는 걸까.
4년 전 부산으로 출장을 갔다가 오른쪽 눈에 제멋대로 찡하게 눈물이 고이며 힘이 안 들어가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에는 잠잠하다가 6개월 뒤에 심하게 한쪽 눈이 감겨서 각종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이 병명을 알게 되고, 증상 사진에 나와있는 눈 모양이 내 눈과 너무 똑같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예후가 좋지 않은 병,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희귀...
생계(+품위) 유지를 위한 영리활동, 적당한 잠, 운동, 가족과 친구, 일년 한두번 여행. 고정지출같은 이 시간들을 빼면 하루 평균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이 쪼개고 모은 소중한 시간으로 뭘 할까. 어제 집에 오래 걸어오면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동안에도 틀림없이 이만큼의 시간은 남았을 것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난 그동안 뭘했지? 남는 시간...
여행지: 홍콩, 마카오 일정: 2019.7.26~28 (1박 3일) 홍콩은 5년 전부터 거의 매년 적어도 한 번은 가고 있는 내 단골 여행지다. 매번 길게 가봐야 4일이 최장이라 마카오까지는 못 가봤기 때문에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계획 세우고 여행 가는 편은 아닌데, 이번 여행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사실 계획이랄 것도 없어서 그냥 쭉 써내려본다. 1박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지만 어디서도 당당하게 말한 적이 없다. 고작 이런 익명성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공간에, 그것도 내가 쓴 글을 이미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을 분들이 주로 보는 안전한 곳에 소심하게 써 볼 따름이다. 기억에는 전혀 없지만 독서를 워낙 좋아하던 내게 어느날엔가 글도 잘 쓴다고 칭찬하는 선생님이 분명 있었을 거다...
올해는 투고할 만한 단편을 2개는 꼭 쓰고 싶다. 생각하고 있는 캐릭터가 몇 있다. 첫 번째. A는 40대 주부. 불임인지 난임인지 아이는 ‘안’ 가진 게 아니라 ‘못’ 가진 거고 사람들한테는 아이 없이 남편과 더 오붓하다고 자랑하고 다닌다. 허영심이 좀 심한 편이고 불행한 결혼 생활과 조신하지 못한 남편에 대한 불만을 남편이 벌어오는 돈을 펑펑 쓰는 것으...
이직한 후 출퇴근길이 바뀌었다. 매일 타는 기차가 한강 위 다리를 하나 건너간다. 아침 저녁 강물 색이 다르니 기분도 많이 바뀐다. 좋았던 날도 나빴던 날도 강을 지나가는 순간 다 마무리가 되는 것 같다. 지나치며 다 뒤로, 뒤로. 그 몇 초가 뭐라고 위로가 많이 된다. 한강은 정말 서울에게 내려진 큰 선물이다.
생각해보면, 20대 전부를 사랑으로 태우면서 보냈다. 대상이 여러 번 바뀌지도 않았다. 10대보단 성숙한 사랑이었으나 역시 많은 걸 이루고 망쳤다.그 잔해가 쌓여 내가 됐다. 뭐,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 됐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건강하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나는 꼭 누가 불을 댕기기만을 기다리는 길고 긴 심지 같다. 끊임없이 타고 싶어하는 욕심이 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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